성인 ADHD 2주차-2. 루틴에 대하여

 

ADHD 치료 2주 차 증량 후 두 번째 날이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오전-웰부트린 150mg

6시간 후 오후-메디키넷20mg

이렇게 먹었는데, 약을 먹는 시간의 기준은

이불 속에 들어갈 때쯤엔 약효가 끝나 숙면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숙면은 다음날 컨디션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일찍 약을 먹어버리면, 퇴근 후 나에게 시간을 투자할 때쯤엔

약효가 끝나 멍해지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약효가 남아 있을 수 있게 시간을 조절하는 중이다.

 

메디키넷이 매뉴얼상으론 8시간이 간다고 하니

처음엔 평소 자는 시간의 8시간 전에 먹었는데,

일주일 가량 먹어보니 나에겐 약효가 6시간 반에서 7시간가량 가는 것 같았다.

 

도저히 식사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두유를 들고 다니며 시간에 맞춰 약과 함께 먹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진 배가 아프거나 하진 않아서 당분간은 이렇게 먹으려고 한다.

 

약을 먹기 전부터, 매일매일이 일정한 루틴에 맞춰진 생활을 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인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렇게 피곤할 거면 그냥 쉬자 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대인관계를 끊고

출근, 자기계발 및 휴식 이것만 반복하는 일상을 보냈다.

가능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가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은 안정감을 줬고,
사건 사고가 없는 잔잔한 하루는 소소한 행복이 되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다 만들어진 이런 습관 덕분에
안정감 있는 나날을 보낼 수 있었지만,
영원할 거 같은 편안한 일상이 아주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 했고
그냥 성격이 조금은 남들과 다르고,  조금 예민하고,

아주 약간 의지박약인 부분이 있지만,

의욕도 있고, 나름의 목표도 있다.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굳게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생각하며,

불편한 일들은 아주 조금씩 한 시간 뒤 다음날로 미루고 있었다.

여지껏 나는 몰랐다.
마음을 먹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작심 3일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작심 반나절이다.
어떨 땐 작심 15분인 경우도 있다.

아슬아슬한 곳까지 몰리고 나니
그제야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이 든 게 바로 몇 주 전 연말이었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게 아닌가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와서 일상적인 루틴을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이제부터는 지금의 루틴에서 조금만 더 좋은 습관을

하나씩 추가해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약을 먹고 아직까지 적정용량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지금 가장 만족스러운 것 중 하나는

퇴근 후 피로감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짜증 한번 화 한번 내지 않고 퇴근한다는 게 이렇게

정신적인 피로감을 덜어내 줄지는 몰랐다.

 

이렇게 남은 에너지를 조금만 더 집중력 있게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부터 생산력 있는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 결과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설렌다.